


새파란 선의
Casimir Coleman
카지미어 콜먼
26세 | 시스젠더 남성 | 182cm | 74kg | 영국 | 머글 태생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 명백한 선(善) 앞에서 정의한다. 설명은 끝났습니다.
딱딱했던 발음은 이제 감정이 들끓더라도 평정을 가장해 억누를 수 있게 되었다. 한층 깊어진 무게감, 감정적이지 않고 차분한 미성은 단조롭지 않아 듣기 좋다. 거슬림 없는 게 딱 아이 동화책 읽어주면 좋겠구나 싶은 나긋함. 정제되어 부드럽게 흩어지고 쌓이기를 반복한다.
칙칙한 옷차림. 위아래 검고 검은 색이라니 센스도 참 없지. 색을 가진 건 허벅지까지 나풀거리는 긴 머리카락뿐이다. 몇 년 목덜미가 훤히 보이는 길이를 유지했다가 마법약 복용 실수로 길어진 것을 내버려 둔 채 지내고 있다.
노을에 그을린 듯한 금발은 개와 늑대의 시간(L'heure entre chien et loup)을 떠올리게 만든다. 날카로운 동공, 냉랭한 시선. 콧잔등의 흉터와 그 위 작은 점 하나. 태생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들은 단안경이 일부 감췄다.
장신구는 언제나 선물 받은 것 이상으로 착용하지 않는다. 이제는 무딤 가득한 절반짜리 화살촉 목걸이, 양쪽 모양이 다른 언밸런스 페리도트 피어싱, 그리고 반지. 학창 시절 늘 가지고 다니던 아쿠아마린 원석을 가공한 걸 왼손 중지와 검지 중 번갈아 가며 끼운다.

착용 피어싱

착용 반지
직업
세인트 멍고 병원 소속 치료사
성격
[ 과묵한 / 절제된 / 순환하는 / 도전자 ]
“오랜만이야.”
표현이 적다. 말 수 또한 적다. 하루 대부분을 표정 없이 무던하거나 인상 찌푸린 채 보낸다. 주관이 뚜렷하고 지조 있으나, 신념에 반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대체로 상대 의견을 따르는 편이다. 그게 사회적으로 편하기 때문이다. 공동체 생활에 나름대로 적응한 모습.
얼핏 개인주의처럼 보이지만 타인에게 쉽게 정을 주지 않을 뿐, 특정 울타리 안의 사람에게는 헌신적이다. 표현의 횟수는 분명 적으나 가짓수가 다양해졌다. 빙 두르지 않고 요점만 간단하게. 즉, 과묵함은 감정의 핵심만 짚는다.
*
“겉치레는 필요 없잖습니까.”
그가 평소 표현을 신중히 하고 상대를 빈틈 없이 관찰한 이유는 결국 무례하게 행동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는 뜻이다. 상대에게 맞춰주기를 편하게 여기는 수동적인 성격 덕분에, 오히려 무심해 보인다는 평가가 자자하다. 그 말 또한 틀리지 않다. 마음과 감정이 표출되기를 의도적으로 막았다는 뜻이니.
지나친 예의는 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벽이나 다름없고, 꽉 닫힌 선처럼 느끼게 한다. 오랜 시간 그렇게 살았다. 자신을 절제하며.
*
“각자 신뢰하는 정의를 향해.”
한 장소에 오랫동안 고인 건 무엇이라도 썩는다. 순환하지 않고도 썩지 않고 본질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없다. 저 분노한 신을 보아라. 그들에게 내린 신탁을 보아라. 불멸의 존재가 옳지 못한 사랑을 베푸는 것을 보라. 한 자리에 오랫동안 고인 건 무엇이라도 예외는 없다. 썩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는 매 순간 자신의 의지, 신념, 생각 모두 막힘 없이 순환하기를 원한다. 과연 무엇이 옳은가? 스스로에게 옳다면, 마땅히 진행되어야 함이 바른 선택인가.
후회 없을 선택이야? 어떤 물음에 그는 긍정했다. 분노한 신의 무기로 쓰임 받기를 거부하기로.
*
“더는 뒤돌아보지 맙시다.”
매 순간 끊임없이 불태운다. 매이거나 썩지 않기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고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소모되더라도 좋다. 불꽃을 피워내기 위해 부싯돌이 서로 부딪치는 것처럼 결과를 위해서라면 자신조차 하나의 패로 제시하며 사용하기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확신한다. 저 고작 이곳에서 부서질 사람 아님을. 부서지도록 견디며, 그럼에도 나는 살아있노라 증명한다. 운명을 재단하는 신에게 고한다.
신은 다시 잊혀질 것이며, 우리는 잊힌 신을 양분으로 삼아 삶을 이어가면 될 일이라고. 내가 고작 네깟 게 휘둘릴 존재처럼 보이냐는 반항. 일종의 도전.
지팡이
개암나무 Hazel / 용의 심근 / 11.8 in / 굽히지 않는
기타사항
카지미어 Casimir
8월 22일 스피리아 사자자리 왼손잡이
머글 사회와의 연고를 잃은 마법사. 호그와트 졸업 후 1년 재수 끝에 자격증을 얻고 치료사가 되었다. 우여곡절, 다사다난했던 덕분일까? 풀어 설명하자면 19세 겨울 이후부터 세인트 멍고 병원 소속, 주문 상해과 "깨어나지 않는 마법사" 전문 병동 담당 치료사로 활동 중이다.
돌이켜 보면 어림잡아 3학년부터 치료사가 되기 위한 필수 과목(일반 마법, 변환 마법, 마법약, 약초학, 어둠의 마법 방어술)에만 매진한 게 티가 난다. 해당 과목은 O.W.L.와 N.E.W.T. 모두 간신히 기대 이상(E)을 넘겼다. 딱 중간에 머물던 성적을 노력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마냥 재능이 없다고는 못하겠다.
추가 과목은 마법 생명체 돌보기와 점술. 그나마 괜찮음(A)을 받았던 두 과목과 달리 천문학과 마법의 역사는 재시험 수강생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머리에 넣을 수 있는 지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
콜먼 Coleman
런던 외곽의 여전한 집. 낡고 부실했던 부분은 하나둘 보강을 끝내 제법 사람 사는 집다워졌다. 둘이 살았던 곳에서 혼자 지내려니 조금 넓게 느껴지지만, 이 또한 살다 보니 살 만하다는 생각이 전반적. 이유는 홀로 사는 집에서도 온기가 가득 차올랐기 때문이다.
할머니께서 살아생전 온정을 베풀었던 사람들에게서 오는 편지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제 할머니가 아닌 손자, 그의 안부를 물으며, 잘 지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지낼 건지를 묻는 편지로 꾸준하게 밀려온다. 이렇듯 그가 오랫동안 선의와 신뢰, 타인에게 기대하기를 버리지 못한 이유가 드러난다.
아흔 아홉 번의 날 선 말과 한 번의 따스한 말. 이 한 번의 믿음을 저버리지 못한 사람.
어렸을 때 자신을 버렸다는 어머니가 생각만큼 잘 살지도 못하고, 되레 죄책감으로 얼룩진 삶을 살았다고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알았을 때 역시 마찬가지다. 도망쳤으면 자유롭게라도 살지. 평생 잊고 살지. 내가 그러려고 했던 것처럼. 인정한다. 그는 어머니를 동정했다. 가여웠다. 살겠다고 뛰쳐나가 제 하고 싶은 것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낸 사람을. 그리고 그만큼이나 어린 시절의 자신 또한 동정했다.
사람이 딱 하나의 감정만 갖고 살아갈 수 있다면 편했을 텐데. 원망도 동정도 온전하지 않아 깨진 거울을 조각조각 이어 붙인 것과 닮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가 그녀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는 것. 신이 우리를 사랑하여 내렸다는 신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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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미어 콜먼 Casimir Coleman
혹자는 질문할 것이다. “자네, 테클런과는 어찌 된 일인가?”
함께 지내던 테클런 집에서는 20세 가을쯤 출가했다. 모든 가족의 허락 끝에 양자 제의까지 받았던 그가 돌연 독립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천재도 수재도 아니오, 범재이자 평범함의 극치, 아둔함의 천재! 바로 에버니저 테클런이다.
에버니저가 예언자 일보 소속 기자로 취직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돌연 편지 한 장만으로 통보하고 집을 나갔기 때문인데, 남은 테클런 가족들도 조금씩 잠들던 중이라 파장이 컸다. 혼란스러움을 재우는 건 언제나 카지미어의 몫이었고, 자기 대신 그들의 가족이 되는 건 어떻겠냐는 물음에 그는 화를 참지 않았다.
처음 방을 내어주도록 허락한 이가 자리를 비웠으니 객 또한 자리를 비워야 함이 당연하다. 카지미어는 그렇게 테클런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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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ETC.
고학년 기간 착용했던 뿔테 안경을 기억하는가? 그 안경은 이제 없다. 에버니저의 아버지, 엘리아스 테클런이 압수해 갔다. 어차피 도수 없는 안경이라면 자신이 아끼는 단안경을 선물로 줄 테니 제발 못생긴 안경 저리 좀 치우라고… 성년식 때 약속한 지포 라이터 대신 받게 된 단안경이다. “그 나이부터 담배를?!”로 시작하는 걱정과 잔소리를 대차게 듣고 교체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아스마저 깨어나지 않는 잠에 빠졌다.
담배는 끊었지만 에버니저의 이니셜이 박힌 지포 라이터는 아직도 소지하고 있다. 돌려줄 타이밍을 놓쳤다고. 보통 코트 주머니에 넣어둔다. 심심할 때 딸깍이는 버릇에 손기술까지 추가되어 장난이 아주 묘기 수준이다.
편지는 여전히 부엉이 레굴루스를 통해 주고받는다. 노란 털에 한쪽 눈가가 검은 점박이로 물들어 있는 얼빵한 부엉이. 사람을 좋아하고 애교가 많아 손길을 자주 탄다. 마냥 둥글고 통통했던 것이 나이를 먹으며 조금 영리하고 날렵해졌다. 그래봤자 단순하고 간식 먹기를 좋아하는 건 주인을 닮아 변하지 않고 그대로지만.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없으면 허전하다고 느낀다.
그래서일까? 4학년 때 선물 받았던 깃펜 하나를 애착하게 되었다. 밀빛 털 사이로 드문드문 검은색이 섞인 깃펜. 처음에는 아까워서 자주 쓰지 않던 모양인데, 해가 지날수록 그 깃펜만 찾아 쓰고 있다는 걸 자각하게 된다. 저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동물과 닮은, 저를 위해 마음 써준 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물건. 어찌 아끼지 않을 수 있을까.
머리카락은 다른 치료사가 주문한 머리카락 강화제를 피로회복에 좋은 마법약으로 잘못 전달받아 그만… 주문자, 복용자, 배달원 모두 골고루 실수했고, 머리카락이 길어진 것 외 별다른 이상도 없었던 터라 해프닝으로 묻혔다. 귀찮아서 자를까 싶었지만 다른 층 병동에 머무르는 아이의 눈에 띄어버렸고, 갖고 놀기를 워낙 좋아하는 바람에 어영부영 기르게 되었다. 이 아이에게 머리카락 땋는 법을 배워 손이 심심할 때마다 땋고 있다.
오감이 모두 둔한 편에 속한다. 그중 가장 둔한 걸 고르라면 단연 미각. 미각이 둔해 좋은 점은 남들이 못 먹겠다 하는 음식을 맛 없다 정도로만 느끼며 먹을 수 있다는 점이고, 나쁜 점은 아무리 비싸고 질 좋은 음식을 먹어도 고만고만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요즘은 그래도 “정말 맛있는 음식”과 “먹을 만한 음식”의 차이 정도를 명확하게 분별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술 마시기를 썩 즐기지 않는다. 기분이 나쁘거나 초조할 때 완화용으로 찾던 버릇을 고치고 나서 깨달았다.
음식을 먹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주의. 식사 후에는 예언자 일보를 즐겨 봤었다. 보지 않게 된 지가 몇 년. 대신 요즘은 머글 신문을 읽는다.
새롭게 생긴 취미 하나를 소개하자면 식물 키우기.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재배가 가능한 약초의 경우 직접 키우고 있다. 시작은 그랬다. 어느덧 약초가 아닌 관엽식물 화분이 더 넓게 자리하고 있어서 그렇지.
드림캐처를 본인 방과 거실에 각각 하나씩 걸어두었다. 하나는 채도 낮은 회청색에 깃털과 구슬 위주로 장식된 것, 하나는 밝은 자청색에 보석과 조개 위주로 장식된 것. 가끔 열어놓은 창문으로 부는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 보기를 즐긴다. 그걸 평화롭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학창 시절 가지고 다녔던 아쿠아마린 원석은 졸업 전후로 반지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