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마법사들이 어째서 몇 백년씩이나 마법의 잠에 빠져야 합니까.
하지만 죽지도 다치지도 않습니다. 그저 함께 잠들 뿐입니다. 안락하고 안전한 공중섬에서.
머글들이 자연을 해친 것, 앞으로도 해칠 것, 합당한 벌을 우리가 받는 것도 아니고 주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신은 무고한 아이도 지혜로운 노인도 가리지 말라 하였으니 곧 광기이자 학살입니다.
딱 이번만 신의 말을 따르면 그만입니다. 이는 어쩌면 전통이고 거래이며 이득입니다.
한 번이 있고 두 번이 이루어지면 이후도 있습니다. 이는 확실히 종속이고 굴종이며 부자유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마법사가 아닙니다. 우리와는 명백히 다릅니다.
우리는 그러나 인간이고 인류입니다. 그들도 우리도 같습니다.
이 아이들을 몇 백년이나 그리움이란 고행 속에 잠겨 죽도록 할 셈입니까!
그럼 우리의 아이들을, 이 아이들을, 돌이킬 수 없는 죄악에 떠밀어 말려 죽일 셈입니까?
때문에 우리는 정했습니다. 각자의 뜻을 도저히 말로는 꺾을 수 없음을 석 달의 마지막 교류로 깨달은 뒤, 정했습니다. 너의 의견도 나의 의견도 옳고 그른 점이 있다면 차라리 이렇게라도 하자고. 그리하여 살아남은 섬의 수호자들, 깔끔히 승리한 쪽의 뜻에 승복하자고.
아마타가 승리하면, 우리는 머글들의 살아있는 악몽이 될 것입니다.
신의 새로운 축복을 받아 정화된 육체로 드디어 잠에서 깨어나 같은 시간대를 살아갈 사랑하는 마법사들과 함께.
무수히 많은 피를 흩뿌린 채 단지 마법사들만이 살아 숨쉴지도 모르는 아득한 생지옥을 향해…….
파트로나가 승리하면, 우리는 잊혀진 섬의 수호자가 될 것입니다.
신의 오래된 보호를 받아 죽지 않고 그저 고이 잠든 이들의 얼굴 가끔 쓸어보며 단지 서로와 함께. 기다림과 함께.
몇 백년이 흐른 뒤 사랑하는 이들이 드디어 눈뜰 때까지…….


사랑하는 나의 이, 나는 반드시 그대를 떠나지 않아요.
부디, 그저 나의 시간에, 함께 있어요.
아마타, 신의 뜻을 따라 숱한 피를 대가로 지금의 행복을 쟁취할 우리.
이는 신탁대로 머글들을 몇이 되든 살생하여서라도 잠든 마법사들을 일찍 깨우고자 뜻 모으는 집단입니다. 먼저 피해를 입은 쪽은 마법사가 아닙니까? 몇 백년이란 긴 세월ㅡ 사랑하는 이들과 생이별하는 현실을 인간의 마음으로 어찌 견디겠습니까. 바라건대 죄악 위 구원 있기를.
그 과정에서 아마타는 마법사 우월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며, 혈통 차별을 긍정하는 이들도 소수 섞여 있으나 여론은 아닙니다. 다만 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을 치욕스레 생각하는 이도, 영광스레 생각하는 이도 있습니다. 머글들의 학살이 윤리적이지 않음을 알면서도 행하는 이도, 무엇이 문제느냐 진심으로 반문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마타의 이름 아래 한데 모였습니다.
‘죽음을 먹는 자들(Death Eater)’에 일부 대응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모두를 향하니 이로써 진정으로 인간다울 터.
무지한 채 버려질 그대, 드디어 데려갈 수 있도록…
파트로나, 신의 뜻을 거슬러 파묻힌 시간 속 오래오래 그대로일 우리.
이는 신탁에서 벗어나, 다수의 생명을 앗느니 시간적 유예를 택하자는 일념으로 생성된 집단입니다. 따라서 파트로나에 소속된 우리는 공중섬을 조용히 수호하며 몇 백년을 기꺼이 기다릴 각오를 마친 이들이기도 합니다. 정의와 자비, 인내는 인류의 공통된 덕목이므로.
그 과정에서 파트로나는 마법사와 머글 간의 차별을 두지 않는 평등의 가치를 무엇보다 숭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마법사와 머글 간의 차이를 고려하여 여전히 교류가 없어야 한다는 의견도, 반대로 적극적으로 머글과 소통하고 교류해야 한다 여기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쩌면 단순히 사익만을 위하여 이곳에 투신한 이도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 파트로나의 이름 아래 한데 모였습니다.
'불사조 기사단(The Order of the Phoenix)'에 일부 대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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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낙소스 섬에 홀로 남겨졌던 아리아드네는 비로소 잠에서 깨어나 물었다.
운명의 장난, 신의 명령, 인간의 선택.
여기는 어딘가요? 나는 누군가요? 내 사랑하는 이, 내 사랑하는 영웅, 나의 약속된 이는 어디에 있나요?
그리하여 또 다른 아리아드네가 이제 답한다……
오로지 아리아드네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