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보, 울보, 겁쟁이!
Canape Prisca Muller
카나페 프리스카 뮐러
11세 | 시스젠더 여성 | 130cm | 30kg | 영국 | 머글 태생

둥글고, 작고,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가도 금세 돌아오고 마는 겁 먹은 얼굴.
양쪽으로 둥글게 만 머리는 분명 어머니의 솜씨다. 하나뿐인 딸애라고 제법 손질을 열심히 해둔건지, 잔머리는 삐죽튀어나왔더래도 그 금발 머리는 의외로 결이 좋다. 자주 덤벙거리는 딸의 부산스러움을 고려해 단단히 묶어둔 두 ‘동그라미’는 땋은 머리만큼이나 쉽게 풀어지지 않았지만…, 호그와트에 입학하고 나면, 더 이상 도와줄 사람이 없는데, 어떡하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대체 무슨 상상을 한 건지 동그란 눈에 눈물이 한가득 담겨있다. 한 눈은 붉은색, 한 눈은 노란색. 아버지의 눈과 어머니의 눈을 하나씩 받았으면서도 그 성질만은 물려받질 못한건지 툭하면 터지는 울음보.
교복은 아주 말끔하게 차려입었다. 아직은 색이 없는 넥타이, 흰 셔츠, 짙은 색의 니트조끼… 잘 다려진 치마와 검은 로브. 튜닝이나 리폼은 한 번도 안 했다. 교수님이 뭐라고 하면 어떡해. 또 지레 겁먹은 탓이다. 그런데도 하얀 양말과 갈색의 메리제인 구두를 신은 발은 기차를 타기 전부터 꼼질댄다. 눈물이 쏙 빠질만큼 걱정도 됐지만, 양볼이 붉어질 만큼 기대도 되었다.
혹시나 네겐 갈 기숙사가 없다며 모자가 내쫓아버리면 어쩌지, 내내 고민하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몇분만에 배정된 새 보금자리. 셔츠부터 로브까지 잘 정돈되어 있는 교복은 변함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새 색이 없던 것들에 노란빛이 생겨나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어야 하는 마냥.
성격
소심한, 성실한, 순진한… -그리고 ‘울보’ 카나페 뮐러!
카나페 뮐러는 눈물이 많다. 더럽게 소심한 탓이다. 늘 부모님의 걱정을 샀고, 태어난지 고작해야 10년 되었으나 벌써부터 ‘안녕하세요’ 보다 ‘죄송해요’ 가 더 익숙하다. 타고나길 착했으나 그만큼 수동적이고, 우물쭈물댄다. 거기에 더해 또 태어나길 순진해서 잘 속기까지. 1살 많은 친오빠와 내기를 하면 매번 속임수에 넘어가 이겨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 애의 부모님과 오빠는 항상 커서 호구나 잡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 그래도 뭐 어쩌나, 이젠 정말 홀로 서는 법을 배워야하는데. 학교는 작은 사회고 세상은 어리다고 봐주지 않는다. 마침 기숙학교니 독립성을 배우기에도 딱이다. 부모님은 마법사따위 되기 싫다고 본래 가려던 학교에 가겠다고 우는 카나페를 무시하고 기어코 킹스크로스 역에 당도했다. 너무 울지 마렴, 우리 딸. 비록 기숙 학교지만 가족들을 평생 못 만나는 건 아니야. 그리고 네 오빠도 ‘운좋게’ 마법사잖니. 우리가 너무 그리운 날엔 편지를 보내거나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찾아가렴. 그러면 카나페는 말한다. 그리핀도르 기숙사는 탑 꼭대기라면서, 거기까지 어떻게 올라가요…. 결국 역에서도 한바탕 울음보가 터지고, 매정한 오라비는 이미 벽을 통과해 사라진지 오래. 이젠 정말 혼자 가야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벽’을 통과해 마주한 호그와트 급행 열차는 서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기대감을 품게 했다. 기장에 딱 맞게 맞춘 교복, 혹시나 필요할까 가져온 바느질 도구, 구급상자, 밴드…. 그래, 이 정도 준비했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열심히 하다보면, 정말 최선을 다하면 분명. 카나페 뮐러는 꼼수따위 모른다. 머릿 속에 들어찬 건 ‘바보같이’ 성실히 구는 법뿐. 새로운 세계, 새로운 학교. 남들보다 비대한 걱정거리는 계속해 귀에 대고 당장이라도 돌아갈 이유를 속삭여대지만, 어린이답게 부풀어오르는 가슴은 한 걸음 발을 움직이게 했다. 경적 소리가 들린다. 이제 열차에 오를 시간이다.
지팡이
버드나무 / 유니콘의 털 / 10인치 / 꽤 나긋나긋함(Quite Flexible)
버드나무는 치유의 힘이 있는 보기 드문 지팡이 목재이며, 나는 버드나무 지팡이의 이상적인 주인이 대개 어떤 -보통 불필요한- 부당함을 가지고 있으나, 그 주인들은 그 불안감을 잘 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터모어, 지팡이 목재에 대한 설명 中
기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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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탕한 아버지와 친절한 어머니, 그리고 짓궂은 오라비를 두었다. 아버지는 붉은 머리에 노란 눈, 어머니는 금발에 적안. 둘다 대단히 대범한 편이며, -그들의 자식들이 갑작스레 ‘마법사’가 되었음에도 ‘그럴 수 있다’로 넘길 수 있을 정도로, 그런데 우습게도- 마법과는 조금의 연도 없으나, 아들도 딸도 마법사가 된 걸 보니 저들의 먼 조상이 아주 멋진 마법사였을지도 모르겠다며 우스갯소리를 늘어놓고는 한다. 다만 우리는 그것으로 그들이 마법을 ‘농담거리’로 치부할 수 있는, 한 치의 의심도 없는 머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카나페 프리스카 뮐러에겐 저보다 한 살 더 많은 오빠가 있다. 이름이라 한다면 슈트루델 앤스티스 뮐러. 현재 그리핀도르 소속이며, 그 이름값을 하기라도 하듯 자신이 모르는 세계로 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하염없이 울었던 카나페와는 달리 ‘굉장하다!’ 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벽에 뛰어들었다. 그 나이대 아이들이 흔히 그렇듯 영웅과 마법, 그리고 주인공의 이야기를 좋아했고, 그에 더해 한 대범 하는 부모의 성질을 몽땅 혼자 물려받은 탓에.
그래도 그 덕에 동생인 카나페 역시 비록 세상이 떠나가라 울었을 지언정 -비록 심약한 성정 탓에 모두가 쳐다볼 만큼 ‘소리내어’ 울지는 못했으나- 마법 세계로, 호그와트로 발걸음할 수 있었다. 오라비가 말했던 거짓말처럼 환상적인 세계에 대한 기대감이, 쉽게 적응하지 못하더래도 -그곳에도 이야기를 들어줄 가족이 있다는 안도감이, 허나 이곳에서만큼은 그에게 기대지 않고 떳떳하게 혼자 해내겠다는 ‘약간의’ 아집이. 그들은 사이가 좋다. 슈트루델은 언제나 카나페가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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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루델의 ‘앤스티스’는 어머니의 이름을, 카나페의 ‘프리스카’는 아버지의 이름을 적당히 줄인 것이다. -사실 ‘줄였다’고 보기에는 어폐가 있고, 어감이 비슷한 것을 적당히 끼워맞췄다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본래 이름은 아나스타샤와 프레데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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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잘 사는 집은 아니나 화목하다. 영국에서도 외곽에 있는 작은 마을, 그리고 네 사람이 살기엔 조금 좁아보이는 주택. 구태여 신문을 찾고 도시로 발걸음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알려하지 않을 곳. 소박하나 친절한 이들이 모여 이룬 작은 마을에, 노랗고 붉은 가족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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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화가, 어머니는 은퇴한 성악가. 그런 이들에게서 태어난 만큼 노래를 특출나게 잘한다. 듣는다면 누구라도 일어나 박수를 칠 만큼. 하지만 카나페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대단한 이유는 아니다. 혹시나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천운이었고, 그러나 이번은 따라주지 않아 모두가 비웃을까봐. 카나페 프리스카 뮐러는 소심하다. 자신이 잘하는 것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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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은 8월 24일. 가리는 것은 -의외로- 딱히 없고, 그만큼 특출나게 좋아하는 것도 없다. 그래도 좋아하는 게 하나쯤은 있을 거 아냐? 아무거나 말해봐! 라고 하면 아마 머뭇거리다가 생뚱맞게 강아지를 말할 것이다. 복실복실한 털이 정말 귀엽다 생각하는데 키울 자신은 없어 -자신이 좋은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어떡하지, 걱정이 된단다-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같은 이유로 패밀리어 역시 없다. 마법사라면 하나쯤은 있다는 부엉이조차도. -그래도 혹시 누군가 편지를 보내고 싶어할지 모르니, 그럴 땐 자신의 부엉이를 함께 쓰자고 슈트루델이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