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 Main Keyword: 무심한 | 오만한 | 느긋한 | 신비주의 ]ㅤ

 

•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그래도 타인의 이름도 외우지 않아 눈에 들어오는 부분을 호칭처럼 사용하던 것보다 발전해서 사람을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금방 사람의 이름을 외운 것을 보아 그는 외울 노력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모른 척한 것에 가까워보인다. 여전히 그는 상대가 실수를 해도 별 것 아닌 양 넘겼다. 어차피 본인을 제외한 다른 이에게 무언가를 기대한 적도 없으니까. 기대가 적으면 실망도 적은 법이 아니던가. 그래도 이제는 적당히 제 곁을 내어주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적당히 도움을 주었고, 조언이 필요하다고 하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다. 물론 전후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언이었지만 그만큼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지적이 많아서 나쁘지 않다고 한다. 이 와중에도 누군가를 특별 취급하는 법은 없었고, 제가 그어놓은 선을 넘으려 든다면 가차없이 밀어냈다. 조금 경계가 누그러졌다고 하나 여전히 그는 인간관계에 있어 무심하고 냉랭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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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무심함은 오만함을 기반으로 한다. 여전히 그는 타인을 볼 때 평가 혹은 관찰하듯 쳐다봤다. 그게 무례임을 알면서도 그랬다. 오랜 기간 조각을 해서 관찰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고 하기엔 그 눈빛은 너무 노골적이다. 카시어스 페러그린은 스스로의 재능에 자신감이 넘쳤기에 타인의 위에 서있음을 의심하지 않았고, 억지로 타인에게 자신이 우월함을 어필하지 않았다. 타인의 위에 서려고 애쓰지 않아도 우월하다니 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하지만 그 근거가 되는 재능을 보여주지 않으니 그의 실력이 진짜인지는 확인할 방도가 없다. 물론 그의 재능이 진짜라고 해도 그것이 타인을 깎아내리고 자신을 그 위에 세워도 되는 이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그는 모르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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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성장하면서 여러 가지에 능숙하지면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 학교 생활 중에 딱 기본만 하고 남는 시간은 기숙사 휴게실 소파에 누워 책을 읽었다. 그가 하도 그런 생활을 반복하다보니 후플푸프 기숙사 휴게실 소파 중 가장 햇빛을 쬐기 좋은 것은 어느새 그의 고정석처럼 여겨질 정도다. 그의 말투에서도 이런 여유가 느껴지는데 예전에는 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제깍제깍하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굴었으면서 지금은 미뤄도 되는 일은 끝까지 미루고, 필요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할 일은 꼬박꼬박하지만, 그냥 끝까지 미루고 적당히 마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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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시어스 페러그린은 스스로를 신비주의자라고 칭했다. 그게 컨셉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꾸준히 스스로에 대해 숨겼다. 상식적으로 정의내릴 수 없도록, 본인에 대해 알 수 없도록. 거짓말도 서슴치 않았기 때문에 가끔은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달라지기도 했다. 예술가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독특하다는 건 편견이라고 하면서 본인은 다른 사람과 다르게 행동했다.  오만한 자는 두려울 것도 없고 오히려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우니 이렇게 할 필요가 없을텐데, 대체 왜 이런 언행을 계속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이게 그가 편견이라고 말하는 예술가스러움일 지도 모르고.